아… 정말 무료했다. 앉아서 읽었으니 망정이지 누워서 읽었더라면 틀림없이 잠들었을 것이다. 소파에 가만히 앉아 읽었는데 그 상태에서 여러번 정신을 잃었으니 말이다..
재즈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음악에서는 백색소음처럼 그냥 틀어놓고 아무 생각없이 듣는게 있는데 이 책의 글쓰기는 그런 스타일을 선택했다는 것 같다.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어떻다고 표현을 못하다가 책의 뒷부분에 있는 해설인가? 그런 부분을 읽다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왔고 그리고나니까, 아, 그래, 그런 식이었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딴 소리이지만 책을 읽는다는 건 머릿속에 생긴 연기같은 무체의 무언가를 명확하게 표현해 내는 능력을 키우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 듯 싶다. 커피 마시며 잔잔하게 틀어놓는 재즈 음악, 책을 읽으며 틀어놓는 재즈 음악, 뭔가를 하는데 크게 방해가 되지 않게 만들면서 고요함보다는 나은 듯한 재즈 음악… 이 책이 바로 그 느낌인데(솔직히 말하면 그보다도 더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옆에서 누가 계속해서 혼자 어떤 이야기 하나를 몇 시간 동안 계속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걸 끝까지 계속 들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하면 되려나? 십분, 십분 나누어 생각해보면 아무 재미도 없고 내용조차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대여섯시간에 걸쳐 전체를 다 듣고 났다면 십분 이내로 줄일 수 있는 짧은 이야기로 만들 수 있고 그렇게 하면 이야기라는 재미가 있기는 있다. 그리고나면 그 길고 긴 무료한 이야기들 가운데 디테일들이 느껴지며 작은 재미들을 더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중 일이고 전체 이야기를 좋아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 그것을 딱히 뭐라고 표현해내지는 못하다가 해설 부분의 설명을 읽고, 이 책의 제목도 재즈라는 것을 알고나니까 그제서야 백색소음처럼 틀어놓는 재즈 같은 글이라고 정리가 되었다. (내가 한 소리가 아니라 아마 해설 중에 나온 표현들일 것이다.)
계속 읽다보면 긴 이야기를 꾹 참고 읽다보면 어쩔 수 없이 친숙해지는 인물들과 이야기 때문에 주변 일상의 이야기처럼 친숙해진다. 그래서 없던 재미가 조금은 생길 수 밖에 없다. 오로지 그것 때문에 읽어볼만 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딱히 시간을 내어 읽고 싶은 전개는 전혀 아니었다. 스토리는 너무 무료하게 흘러갔고 글쓰기도 뭔가 답답함이 가득해 별로였다. 여성스러운 글쓰기라고 해야 하려나, 이것도 별로였다. 잘 받아들여지지도 않고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고…
토니 모리슨의 책 중에 Beloved라는게 있는데 표지가 마음에 들어 원서로 구입했던 책이다. 두껍기도 하고 뭔가 끌림이 (막상 책장을 펼쳐 읽어보니) 사라져 덮어둔지 오래되었는데 ‘재즈’를 읽고나니 아무래도 그 책은 나중에나 봐야 될 듯 싶다. 아니면 그냥 그대로 두게 되거나… 이 작가의 책은 성향 같은것도 많이 탈 것 같다. 그토록 많은 찬사를 받았다고 하는데 내용이 아무리 훌륭해도 1. 재미가 없고 2. 내가 알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어서 별로였다. 재미가 없다고 해도 내가 알고 싶은 무언가였다면 분명 재미를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딱히 그런 것도 없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해도 내가 좋아하리라는 법은 없다.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