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oZNotes라는 블로그

“If you wish to make an apple pie from scratch, you must first invent the universe.”
― Carl Sagan, Cosmos

도메인 이름은 AtoZNotes로 정했다. 딱히 정해진 주제가 있는 건 아니고 뭔가 적어보고 싶어서다. 나중에라도 어떤 주제가 정해지면 그때는 카테고리를 이용하면 될 것 같다.

 

도메인은 Porkbun에서 구입했다. 요즘 같은 때에는 굉장히 저렴한 곳이다. 다른 곳에서는 1~3천원 정도를 추가로 지불해야 사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라는 옵션이 기본에 포함되어 있다.

그동안 도메인을 구입한 후에는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그 등록업체를 이용해 왔다. 아마도 귀찮아서??

그래서 어느 업체를 고를지가 상당히 중요한데, 알 수 있는 정보라고 해 봤자 인터넷 검색으로 얻을 수 있는 정도가 거의 전부이고 그나마 레딧(reddit)이란 곳에서 조금 더 알 수 있는 정도를 더할 수 있기에 내가 알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그런 범위에서 porkbun을 검색해본 결과, 뭐… 괜찮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어 결정했다.

구글에는 ‘오리건주 포틀랜드 기업인 Top Leven Design이란 곳에서 2015년에 창업했고 약 2백만개 이상의 도메인을 관리하고 있는 곳’이라고 나와 있다. 나쁘지 않다.

 

웹호스팅은 HawkHost를 선택했다. 이곳은 뭐라고 해야 할까, 애증이 있다고나 할까? 벗어나고 싶은데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계속 이용중이니까.

가장 가까운 서버가 홍콩에 있어서 워드프레스처럼 뭔가가 서버와 계속해서 왔다갔다 하면서 다음 화면이 나와야 하는 경우에는 반응 속도가 누적이 되어 몇 초의 딜레이가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cPanel을 지원하면서 별다른 제약없이 여러개의 도메인을 연결해(추가한다고 봐도 될 듯) 독립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니 떠날 수가 없다. 이 가격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곳은 아직 찾지 못했다. 물론 서버의 위치를 포함하여! 그래서 찾지 못했다.

이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일본에 있는 서버를 이용할 수 있으면서 비슷한 조건을 갖춘 FastComet에서 2년간 웹호스팅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 다 좋지만 그놈의 갱신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처음 1년차에는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했고 2년차에는 새로 계정을 구입해(그래야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으니까) 이사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3년차에도 같은 방법을 쓰려다가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발견했는데, 상담원과 ‘협상’이 가능하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해봤다.

실패했다.

내가 받은 오퍼는 여전히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었다.

또다시 계정을 만들어 이사해도 됐지만 귀찮았다. 역시 귀찮은게 가장 큰 문제다.

그래서 다시 돌아온 곳이 HawkHost다.

답답하지만 어쩌랴.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서비스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야지. 요즘 같은 때라면 말이다.

 

AtoZNotes.com을 홈페이지로 만들지 블로그로 만들지, 아니면 게시판만 가지고 있는 작은 포럼으로 만들지 고민했던 순간이 있다. 원하는 것과 현실 사이의 고민이기도 해서 선택이 아닌 포기였기에 씁쓸함으로 남아있다.

커뮤니티 홈페이지와 같은 포럼의 형태로 가고 싶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내 인생을 다 가져가버린 간병 때문이다.

간병은 아픈 사람과 간병하는 사람까지 모두 사회에서 사라져버리게 만든다. 출구는 없다. 게다가 간병만으로 하루의 에너지는 모두 사라진다.

내가 그리는 어떤 형태의 무언가가 있어서 그것을 꿈꾸며 잠시 마음이 동했지만 가능한 일을 선택해야만 내일을 버틸 수 있기에 가능한 범위에서 그리고 가볍게 시작해야 했다.

워드프레스를 설치했다.

 

개인 블로그만 생각한다면 워드프레스는 그에 비해 지나치게 무겁고 생긴것도 복잡하다. 오래전의 텍스트큐브가 딱 좋았는데 멈춘지 오래다. 지금 그것을 설치했다가는 아무나 해킹하는 건 아닌지, 혹은 그것을 매개로 삼아 내 웹호스팅에 들어와 안에 이것저것 설치한다거나 무언가를 빼낸다거나(실제로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기에 적어본다.) 도메인 납치를 당하는건 아닌지 알 수 없기에 전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워드프레스를 선택했다.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는 블록 에디터 글쓰기 에디터는 단순한 글쓰기만 필요한 내게 그 자체가 짜증이어서 예전의 글쓰기 에디터를 플러그인으로 따로 설치했다. 디자인은 최대한 단순하고 눈에 쉽게 들어올 수 있게 바꾸었다. 여기까지만 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첫 글을 쓰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간병을 하게 되면 모든게 끊기고 끊기고 또 끊기고 그렇게 계속 끊기기가 반복되어 결국 그만두게 된다. 매번 제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블로그를 만들고 첫 글을 썼다는 것은, 내게는 감히 기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

어찌되었든

만들었다.

그렇게 AtoZNotes.com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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